광고
“귀신을 속여라 이놈들아! 벼슬을 높인 속셈을 모르는 병신이 아니니 께”
<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68>조흠 일행이 강유의 노처가 사는 모옥을 찾았을 때
이순복 소설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8/03/02 [01:01]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귀신을 속여라 이놈들아! 벼슬을 높인 속셈을 모르는 병신이 아니니 께.”
 

조흠이 조서를 받고 속마음으로 부르짖는 것이 이것이었다. 손수의 잔꾀에 속아 조왕 윤이 인사를 단행한 조서가 들통이 쉬이 난 것이다. 조왕 윤이 가황후를 정리해 버리고 그의 인척인 성도자사 조흠의 관직을 높여주고 내직으로 불렀다. 조흠은 그렇지 않아도 가황후가 죽자 불안 불안해하던 차에 관직이 높아지자 크게 의심하여 수하 막료인 두숙 장찬 상준 비원 허감 위옥을 불러 조서에 대한 대책을 묻자 두숙이 말하기를
 “공은 가황후의 인척이십니다. 지금 가황후의 집안은 적몰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명공은 이곳에 계시어서 재앙을 모면하셨습니다. 갑자기 관직을 높여 입조하라는 것은 반드시 음흉한 계책이 숨어 있을 것이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조정에서 사신이 조서를 가져왔는데 어떻게 답변하면 좋겠소?”
 조흠의 물음에 장찬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하기를
 “제 소견으로는 입조치 말고 그냥 서천의 천험을 의지하여 좀 더 조정의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장찬이 과감한 의견을 내어 격려하자 조흠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분의 충성은 참으로 감사하오. 앞으로 대사를 결정하자면 나의 지략이 부족하니 지모 있는 사람이 아쉬운데 그런 인물을 구할 수 없겠소?”
 

조흠이 기재가 뛰어난 모사와 영걸을 구해주기를 원하자 장찬이 대답하기를
 “제가 아는 인물 중에 촉한 대장군 강유의 두 아들이 있습니다. 장자는 강발  둘째는 강비라 합니다. 강발은 지모가 비범하여 부친의 병법을 깊이 터득했는데 제갈무후가 전한 것이라 합니다. 동생인 강비는 그 용맹이 3군의 으뜸이며 일당만의 용력을 가진 천중 제일의 영걸입니다. 강씨 형제는 촉한이 망하자 청성산속에 은거하기에 그 거처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도 강씨 형제의 명성을 들었소. 그들이 한실에 대하여 굳게 절조를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초빙할 수 있을지 의문이오.”
 

조흠의 정직한 말에 두숙이 대꾸하기를
 “제게 묘책이 하나 있습니다. 명공께서 친히 강씨 형제가 사는 청성산 속의 초려를 찾아가서 명공의 처지를 하소연하여 그들의 힘으로 재앙을 면하게 되면 반드시 후주의 자손을 찾아 서천의 주인으로 받들겠다고 하십시오. 그들 형제는 자나 깨나 한실의 부흥에 뜻을 두고 있으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이 성사된 후에는 그때의 시세를 봐서 강씨 형제와의 약속을 이행하게 될 것입니다. 하오니 명공께서는 미리부터 그들과 약속에 대하여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흠은 크게 기뻐하며 다음날 예물을 갖추어 3명의 종자를 데리고 두숙과 함께 청성산을 찾아갔다. 산은 오를수록 숲이 우거지고 계곡의 물은 얼음보다 차가웠다. 기화요초가 만발한 개울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개울 물소리는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산새들은 푸른 숲에서 한가히 쉬다가 인적을 느끼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이윽고 양지바른 나무 사이에 모옥 2채가 고즈넉이 보였다. 이에 조흠이 두숙에게 묻기를
 “저기 보이는 저것이 강발형제가 사는 집이오?”
 “아닙니다. 저 모옥은 강유의 노처가 종을 데리고 사는 집입니다. 형제는 청성산 정상 가까운 곳에 암자를 짓고 살며 심신을 단련하고 무예를 익히고 있는데 1달에 한번 노모를 찾아가 문후를 드린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지금 가도 만나지 못하겠군.”
 “우선 그들의 노모를 만나 환심을 사둔 후에 형제를 만나야 우리가 목적한 일이 성사될 것입니다.”
 

조흠 일행이 강유의 노처가 사는 모옥을 찾았을 때 기연인지 강발형제가 모옥에 와서 있었다. 형제는 모옥에서 노모를 모시고 옛 이야기를 즐기며 식사를 하였다. 그때 까치가 날아와 까악~ 까악~ 지져대자 노모가 말하기를
 “까치가 너희 형제가 온줄 알고 반가운 인사를 전하는가 보다.”
 “어머님 그럴까요? 간밤에 소자는 용한 꿈을 꾸었더니 까치가 우네요.”
 강발이 건성으로 말하며 바깥을 내다보자 노모가 해몽이라도 하듯이 말하기를
 “너희 형제가 와서 까치가 운다. 너희들 보다  반가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노모가 웃으며 기뻐할 때 밖에서 동자가 들어와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렸다. 강발이 바깥을 살펴보니 평복을 입은 두 관인과 함을 든 종자가 말을 두고 문간으로 걸어왔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강발은 동자에게 찾아온 손님을 사랑방으로 모시게 하고 따라 들어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강발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기를
 “자사께서 누추한 모옥에 왕림하시니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우리 형제는 세상을 떠나 푸성귀와 거친 음식을 먹으며 폐려에 은거한지 여러 해가 지났으나 별다른 과오 없이 살아왔습니다.”
 “형제분이 노모를 모시고 효도하며 청성산 맑은 계곡에서 사시는데 누가 탓하겠소. 다만 제게 작은 일이 생겼기에 이렇게 선경을 찾아와 뵙는 것이니 부디 번거롭게 생각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작은 일이란 말씀이 무엇을 내포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산인(山人)에게 물어 무엇을 얻을 수가 있겠습니까. 산인은 비재천식(菲才淺識)이오나 선고께서 충절을 지키시다 가셨고 노모의 엄훈이 계시기에 수양산(首陽山)의 자취를 좇을망정 주실(周室))의 번영을 원치 않으니 귀공의 청을 듣지 못하겠습니다.”
 

백이숙제의 옛 일을 상기하게 하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강직함이 쩔쩔 끄는 강발의 말에 조흠은 잠간 망설이다가 다시 간곡히 말하기를
 “귀공의 말처럼 재능을 숨기고 부모님의 빛나는 업적을 숨기는 것은 결코 바른 효도가 아닙니다. 옛 주인은 가고 없으나 그 자손은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를 찾아서 받들면 진정한 충신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저도 형제분이 진의 조정에 굴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진조는 골육상쟁으로 추태를 부리고 있으며 수많은 현량들이 무고하게 죽었습니다. 현재 대권을 장악하고 있는 조왕 윤은 간신 손수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데 이번에는 나를 소환했습니다. 만약 내가 입조하면 그들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해서 충심으로 형제분께 사정하오니 부디 이 몸의 잔명을 보존토록 현책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 은공은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잊지 않겠사옵니다. 또 상금에 들은바 선주의 후계가 강지에 유랑한다 하오니 반드시 그 분을 찾아내어 형제분과 함께 받들 것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강발은 조흠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초연하게 입을 열어 말하기를
 “자사께서 천하의 요새지 천중에 계십니다. 이곳의 천험지애는 백만대군과 맞먹는다 하여 잘못이 아닐 것입니다. 소환을 거부한들 그들이 어찌 하겠습니까.”
 강발의 말에 두숙이 근심된 마음을 가지고 묻기를
 “이미 진조에서 조자사의 후임으로 문산태수 경등을 임명하자 그가 소성에 와서 대기 중입니다. 부디 두 분 현사께서 함께 성도에 가셔서 경등을 쫓은 연후에 후주의 자손을 찾아 한업을 부흥토록 하시면 어찌 명분이 서지 않겠습니까.”

 강발은 말없이 두숙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성도로 나가 벼슬살이를 해 볼 생각을 추호도 해본 적이 없는 강발이었다. 그런데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흠과 두숙이 이번 일을 잘 성사시키면 한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장담이 있기 때문이다. 강발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되묻기를
 “만약 명공께서 유씨의 종묘사직을 다시 잇도록 해주신다면 우리 형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부디 명공께서는 식언하시는 일이 없으시도록 명심해 주십시오.”
 “진실로 나를 믿고 나를 구해주신다면 그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이와 같이 맹세하겠습니다.”
 

조흠은 그리 말하고 종자로 부터 화살 1개를 받아 가운데를 끊어 토막을 내며 다짐했다. 강발은 이 같은 조흠의 결심을 보고나서 아우를 불러 조흠에게 인사를 시켰다. 조흠이 강발의 아우 강비를 바라보니 그 영용함이 여러 영웅의 강점을 고루 갖춘 장수로 보였다. 8척5촌의 거구에 범의 눈이며 독수리의 어깨가 돋보였다. 조흠과 두숙은 강비를 대하자 위축감이 들고 두렵고 떨렸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니 실로 든든하고 미더워서 한 없이 기뻤다. 그래서 조흠은 종자가 들고 왔던 예물이 든 함을 강발 앞에 내어 놓으며 말하기를
 “보잘 것 없는 예물이오나 형제분을 맞는 정성이오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강발은 예물을 받아 안으로 들여보내고 동생과 함께 안방에 계신 어머니께 작별을 고했다. 노모도 두 아들이 후주의 후예를 찾아 나선다는 말에 찬성하며 격려해 주었다.
 그날 석양 무렵에 조흠과 강발 형제는 성도 교외 20 리 허에 당도했다. 마침 그곳에 부장 상준이 100여 군사와 수레를 끌고 마중 나와 있었다. 조흠은 강발과 함께 수레를 타고 부중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은데도 불구하고 조흠은 잔치를 베풀고 아들 조영과 비원 위옥 장찬 허감 등 수하 장수와 강발 형제를 인사하게 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조흠은 좌중을 향하여 말하기를
 “이제 이번에 두 분 영웅을 모셨으니 성도를 떠나지 않겠소. 그러다보니 사신으로 온 문산태수 경등을 돌려보낼 일과 조칙에 거역하지 않게 보일 일이 숙제로 남았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소.”
 

조흠이 걱정하는 말에 이어 두숙이 나서서 말하기를
 “미물도 목숨은 귀한 법입니다. 명공께서 화를 당하시면 우리들도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여하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조칙의 거역이란 말씀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써 대할 뿐이니 거역이란 말은 거두십시오. 여기 강발 형제분이 계시니 고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숙의 말에 강발이 서서히 말문을 열기를
 “우선 공격하는 세력이 있다면 방어에 힘을 써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서는 경등이 군사를 이끌고 온다면 싸우기 어렵습니다. 내일 명공께서 영접할 관원을 소성으로 보내십시오. 그러면 경등은 만족하여 찾아들 것입니다. 그가 일을 원만히 보고 성도를 떠나갈 때를 기다려 가는 도중에 매복계를 쓰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강발은 조흠의 귀에다 대고 자세한 계책을 일러주었다. 조흠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여러 장수에게 각각 임무를 일러주었다.
 다음날 조흠은 강발형제가 도와주어서 뒤 배가 든든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하 연리를 소성으로 보내어 경등을 영접하는 절차를 차렸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광고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