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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나

이우근 취재국장 | 기사입력 2018/11/10 [19:08]

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나

이우근 취재국장 | 입력 : 2018/11/10 [19:08]

▲ 이우근 본지 동해안 취재 국장    

겐세이도 모자라 이제는 야지까지 민의의 전당이라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본어식 표현이 또다시 등장했다. 조경태의원이 야지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박홍근-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을 거론하며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조 의원에 이어, 이은재의원과 장제원의원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본어식 표현인 야지를 자연스럽게 입에 담았다.

 

7일 오전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되자 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당 의원들이 어제 야지를 놨는데 자제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지는 놀림 야유 등을 뜻하는 일본어식 표현이다. 그는 전날 있었던 예산 심사 과정을 문제 삼는 듯 했다. 장제원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공방을 주고받는 도중에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하며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실소가 터졌다. 이것도 웃음이라면 그들에게 고맙다고는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은연중에 필자역시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보게 됐다. 덕분에 반성과 성찰을, 이 기회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언어 습관까지 남김없이 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조경태-이은재-장제원 한국당 의원 이야기다. 지난 2월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겐세이 발언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바 있던 그는 오늘은 위원장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렇게 동료 의원 질의에 야지 놓는 의원은 퇴출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어 대잔치에는 장 의원도 합세했다.

 

그는 어제 오늘 민주당 의원님들 모습이 과연 품격과 품위가 있었느냐며 한국당 의원님들 발언 때, 야지 안 놓았냐. 왜 야당 의원들 질의할 때 검열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뎅(어묵)-다마네기(양파)-바께스(양동이)-요지(이쑤시개)-쓰메끼리(손톱깎기)-쿠사리(구박)-기스(흠집) 등, 생활 곳곳에 침투해있던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들이다. 해방 전후로 태어난 세대들은 부모세대들이 사용해왔던 언어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이는 그들의 자식 세대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언어순화운동의 영향으로 이제는 저와 같은 일본어식 표현은 거의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어식 표현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식민지배를 경험한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나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군사독재문화에 익숙한 장년 세대에게서 일본어식 표현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논란이 된 겐세이와 야지 역시 마찬가지일 터다.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일본어식 표현들은 그 자체로 식민지배의 상흔이자 아픔이다. 혹독했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치욕이며,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좌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을 통해, 시민운동 등을 통해 일본어식 표현들을 지워내려는 노력들이 지속돼 온 터였다. 그 결과 앞서 예를 들었던 표현들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사회공동체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언어순화에 앞장섰던 탓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상황에 맞는 다른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본어식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이미 한차례 겐세이 소동을 경험한 대중들에게 야지 논란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이번에는 분노보다 자조와 냉소적인 반응들 일색이다.

 

장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품격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겐세이와 야지소동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뿌리 뽑아야 할 식민지배의 흉물들을 국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국회의 품격을 훼손시키는 구태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똑바로 직시하기 바란다. 국민은 대한민국의 이름에 걸맞은 품격 있는 국회의원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들은 대중이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무심코 사용함으로써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의식의 일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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