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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만성질환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에이즈’ 크게 부각시켜 마치 죽음의 질병인 것처럼 선정적인 보도

박영재 기자 | 입력 : 2019/04/10 [22:11]

【브레이크뉴스 포항】박영재 기자=포항이 AIDS 공포에 휩싸였다. 언론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다. 포항 사람들 상당수는 이번 사건을 그렇게 공포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 10일 본지와 연락된 포항 시민 박 모씨는 피식 웃으며  ”에이즈, 그거 걸리면 죽나? 지금도 누가 그런 무식한 말을 합니까. 에이즈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차라리 암이 더 무섭지....“ 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전국의 언론은 마치 포항이라는 도시가 에이즈 공포에 휩싸여 불안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있다. 더구나, 죽은 외국인 여성이 HIV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인이기는 하나, 사인은 분명한 폐렴인데도 마치 에이즈로 사망한 것처럼 문제의식 없이 선정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심지어 각 언론마다 '에이즈'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내세워  에이즈를 공포의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다.


‘에이즈’ 공포 조장의 원흉은 바로 언론

 

포항 여성의 사망이 알려진 9일, 전국의 매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에이즈’라는 단어를 크게 부각시키면서 마치 에이즈를 죽음의 질병인 것처럼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혈안이 돼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상당수 매체들이 보충 취재가 필요한 이번 사안을 그냥 받아쓰는 일종의 드레그 기법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게으른 기자의 일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파렴치의 극치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언론사도, 최고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담보한다는 방송사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단지 누가 더 빨리 이 여성의 사망을 에이즈에 덧씌워 선동적으로 전달할 것인지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에이즈 확진을 받은 이 여성의 죽음을 부각시키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과 우리 사회의 불균등한 시스템을 지적하는 기사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으면서 언론으로서의 윤리의식도 져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최고의 언론 신뢰도를 자랑하는 한 종편 방송사가 잡은 포항 여성 죽음에 대한 기사 제목. 제목만 보면 에이즈에 두려움이 연상된다    

 

에이즈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세계 언론은 ‘공포‘라는 단어로 지구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에이즈 = 죽음의 질병, HIV = 공포‘ 라는 공식을 만들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때문에 다른 국가와는 차원이 다른 에이즈 공포 확산으로 HIV 감염인들은 상상도 못할 차별을 받으며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닌 고달픈' 그야말로 지옥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우리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존재해왔고, 남들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는 아주 못된 버릇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마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인식 개선이 뒤따랐다.

 

하지만 에이즈는 달랐다. 정부의 의도적인(?) 공포 마케팅은 너무 큰 상처와 후유증을 가져왔다. 심지어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정부에 기대어 대대적인 공포심을 조장, 또다른 차별로 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힘들게 했다.

 

이러한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과도하고 무모한 홍보전은 우리 사회가 미덕으로 여겨왔던 가족의 관계도 무너뜨렸다. 실제, 에이즈 발견 초기에는 치료제가 없어 많은 감염인들이 세상을 떴다. 당시만 해도 감염인이 사망하면 가족들까지 이 사실을 쉬쉬했고, 일부 병원에서는 망자의 시신조차 인수를 거부했다.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 곳곳이 망가진 것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와 올바른 보도 대신 공포심 조장을 일삼은 기자들의 책임이 훨씬 무겁다는 지적이다.

 

▲ 이 매체의 제목은 에이즈와 사망한 여성을 완벽하게 동일시시켜 놓았다    

 

실제, 중앙매체이건 지방매체이건, 역사가 길건 짧건, 종이신문이건, 인터넷이건, 또는 방송사이건 간에 이번 죽음을 공포심으로 조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부 매체는 ‘공포’ 라는 철 지난 단어를 직접 꺼내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신뢰도를 높이 쳐준다는 한 종편 뉴스는 9일자 기사에 “포항서 '에이즈 확진' 외국인 여성 사망…이전 행적 오리무중”이라는 선정적이고 공포스러운 제목을 달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한 통신사는 “에이즈 감염 포항 거주 외국인 여성 사망..행적 파악 중”이라는 제목으로 죽은 여성이 에이즈로 죽었고, 에이즈는 무서운 죽음의 질병이라는 뉘앙스를 진하게 뿜어냈다.

 

이에 더해 또 다른 매체는 “포항서 에이즈 감염 여성 사망 '충격'”이라고 한 술 더 떴다. 제법 인지도가 있는 또다른 인터넷매체는 “'에이즈 감염' 포항 마사지업소 여성 종업원 사망”이라고 했고, 긴 역사와 보수를 지향하는 한 매체는 “사망 불법체류 마사지 여성, 에이즈 확진..포항 '에이즈 공포' ”라며 에이즈를 공포의 질병으로 몰았다.

 

▲ 보통의 마사지 종업원 사망과 달리 에이즈라는 단어를 삽입하면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시킨 모 매체의 기사 제목     ©

 

지역 매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대구 지역 대표 매체인 한 일간지는 3회에 걸쳐 이번 사건을 연재했다.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마치 세상이 꺼질 것처럼,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포항의 한 인터넷 매체도 “포항서 에이즈 걸린 불법 마사지 여성 사망... 불안해하는 사람들”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 매체는 지난 2월에도 ‘소나무 재선충’을 ‘소나무 에이즈‘로 묘사한 바 있다.

 

이들 기사대로라면 사망한 여성은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죽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에이즈라는 질병을 조금만 더 이해한다면 지금 쏟아지는 기사들처럼 호들갑 떨 이유가 전혀 없는 질병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말 그대로 에이즈는 만성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암을 비롯해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을 4대 만성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 대구의 한 일간 매체가 뽑은 기사 제목. 이 매체는 이번 여성 종업원 사망 사건을 시리즈로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공포심을 은근히 유도하고 있다    

 

만성질환은 오래도록 발병하고 재발하고 한번 발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물론,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또, 만성질환은 발병했다고 바로 사망하지 않는다. 에이즈도 만성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다. 때문에 에이즈 역시 걸렸다고 죽는 병이 아니다.

 

고혈압 환자가 약을 먹는 것처럼 꾸준히 약 복용만 잘하면 의외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질병이지, 뭇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공포에 가까운 질병이 절대 아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치료기술은 이렇듯 만성질환으로 발전을 해 왔는데, 언론은 아직도 그 공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지한 탓이다.

 

여성의 죽음...선정적 포장이 아닌 의료 법률 시스템을 지적했어야

 

이번에 사망한 여성은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은 없지않다. 워낙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되는 질병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의학적 시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이 여성의 사인은 폐렴이다. 폐렴이라는 사인을 두고 굳이 공포감을 조장하면서까지 에이즈로 확대를 할 까닭은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이 매체 역시도 여성의 죽음을 에이즈로 단정지으면서 에이즈는 공포와 죽음의 질병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 방면의 한 전문가는 이같은 보도행태와 관련해 “공포의 원흉은 언론”이라고 꼬집어 지적했다. 그는 정작 언론이 에이즈라는 질병을 다루고 싶다면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개선점을 찾아야 할지를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염인을 색출하고 관리하면 에이즈는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형적인 국가 관리 감시주의적 관점”이라며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성을 구매 한 사람들이지, 이 여성이 아니다. 굳이 문제를 꼽자면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당국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특히 “이 여성은 성매매 피해여성이며, 미등록 체류 신분으로 병원조차 갈 수 없었던, 그래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던 그 상황에 대해 우리는 주목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감염인과 비감염인을 대척점에 두고 보도하는 행태는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사망한 여성은 미등록 체류자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HIV 감염 외국인의 경우 입국 금지와 강제출국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질병이 매우 악화된 HIV 감염 외국인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100만원에 한해 치료비를 지원하지만, 병세가 호전된 이후에는 강제 퇴거 조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엔 그나마의 치료 지원조차 없이 바로 추방시켰다. 그러다 실제 비행기 안에서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유엔으로부터 관련 법률의 개선 권고를 받기도 했다. 과거 미국의 한 유명한 농구 선수는 국내에 들어오려다 에이즈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이 거부된 적이 있다.

 

포항의 이 여성 역시 미등록 체류자였던 탓에 정상적인 치료와 진료가 쉽지 않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는 나라, 그 나라가 겪어야 할 후유증은 의외로 컸다. 그렇기에 이 여성의 죽음에 부쳐, 에이즈가 공포의 질병이라는 보도에 앞서 언론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질병 시스템과 법률을 되돌아봤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사망한 이 여성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9일과 10일 양일간 언론이 쏟아낸 기사만 본다면 사망한 여성은 마치 나쁜 짓을 한 가해자로 구분돼 있다. 그럼 가해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 물음에 앞서 이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성을 산 남성들은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에이즈 관련 전문가는 "에이즈를 공포스러움을 부각해 불안을 조장하는 방식은 성 구매를 한 남성들마저 음지로 숨어들게 할 것은 뻔하고, 그래서 에이즈 진단을 어렵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언론이 성매매와 그로 인한 우리 사회 후유증에 관심 있다면, 이번 포항 여성의 죽음과 관련해 반드시 남성들의 성매매 실태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어도 공정 사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관계 기관이 조사 후 밝혀야겠지만 이 여성이 미등록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에이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추방당할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로인해 병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질병 앞에서 누구든 치료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을 팔아먹은 국가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출입국 관련법, 특히나 특수 질병이 있는 외국 사람들에 대해 우리 법은 관대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이 같은 사실을 눈치 챈 외국인들은 마치 죽을 줄 알면서도 불을 쫓아가는 불나방 같은 삶을 조심스럽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이 같은 삶은 태초부터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또다른 형태의 숙제를 남기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총괄팀장 입니다.기사제보:newsa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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