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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만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이우근 동해안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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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29 [11:0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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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근 본지 동해안 취재 국장    

조국 프랑스를 두 번이나 국망(國亡)에서 구한 드골은 미-소 냉전이 야기한 핵전쟁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1960년 드골은 미국의 집요한 방해와 소련의 협박을 돌파해 첫 핵실험에 성공한다. 1996년 공식 중단할 때까지 프랑스는 총 193회 핵실험을 단행하고, 우리가 죽으면 너희도 죽는다는 비례 억지 전략으로 핵 강국이 된다. 군사력의 기본이 핵무장이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드골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오늘날 프랑스가 국제무대에서 대접받는 것은 톨레랑스의 나라이자 문화예술 대국, 경제 대국이어서만은 아니다.

 

정부는 2000년 비상사태 대비용으로 전국 95개 거점 지휘소에 국가지도통신망을 만들었지만 북한의 EMP 공격을 막는 장치는 없었다. 국방연구원과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북의 EMP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2015년이 돼서야 정부 예산이 반영됐다. 현재 EMP차폐(遮蔽) 시설이 완비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제일 빠른 곳이 내년에야 완공된다. 지금 당장 북이 핵EMP 공격을 하면 탱크, 자주포, 미사일, 전투기 등 컴퓨터 칩이 들어간 모든 무기가 고철이 된다. 그 상태에서 대통령이 명령도 내리지 못한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북이 핵EMP 공격을 하면 예금, 대출 기록 등 모든 금융 기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은 이제야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설마 북이 공격을 하겠나? 설마 북이 핵폭탄을 터뜨리겠나? 설마 핵EMP 공격이 있겠나? 공격을 당해도 설마 석기시대가 되겠나? 등, 우리 사회는 설마로 타성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핵 위기는 과거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설마 공화국에서는 대비나 준비가 아니라 설마가 대세다. 27일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담에서 보고된 대외비 문건에 오는 10월 10일과 18일이 북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은 날로 명시되어 있었다. 10일은 북한 창건일'이고 18일은 중국 시진핑의 새 임기 시작일이다.

 

이 어간에 북이 뭔가 큰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예상은 이미 나와 있었다. 대형 도발이 벌어지면 지금과는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된다. 미군 합참의장은 26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곧 ICBM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요격미사일을 21기 더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군이 군사 옵션 4가지를 이미 준비해놓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몇 시간 안에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미 전시 체제로 들어갔다. 북 외상은 미 전략폭격기가 NLL을 넘으면 북 영공이 아니더라도 미사일을 쏴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북의 핵인질이 된 것인데, 우리만 평온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 대표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대신 미국 핵우산이 강화된다고 했다. 북이 핵ICBM을 완성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되면 핵우산이 펴질지 찢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유럽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않고 전술핵 공유에 나선 것은 우리보다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정부 식이면 북핵 방어는 100% 미국 처분에 맡기게 된다. 안보를 이렇게 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한 나라들의 결말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북핵 방어는 미국에 맡겨놓고 대통령과 여야 정당대표들은 전쟁 불가와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당한 수많은 침략 중에 우리가 평화를 원하지 않아서 당한 것은 하나도 없다. 침략을 막을 능력이 없어서 당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을 막을 능력이 전무(全無)하다. 국군의 날 행사에 전시된 재래식 무기들은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전쟁 불가, 평화 해결이라면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올 실질적 군사 대비와 외교 전략이 무엇인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정인 안보특보는 근간에 한 토론회에서 인도-파키스탄처럼 북의 핵 보유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북한발(發) 핵 참화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10/4 합의 중 많은 것이 이행 가능하다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핵심 질문에는 침묵한 채 특유의 선의(善意)와 당위론만을 반복한다. 남북의 사활적 체제 경쟁에서 최후의 뒤집기 한판승을 눈앞에 둔 김정은이는 코웃음을 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도 진정성이 가득하다.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33번이나 평화를 언급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촛불 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한국 국민을 내가 대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폭력 평화 시위로 민주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 혁명의 정신이 북핵 해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존공영을 이끌 화두로 촛불 정신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촛불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힘과 주먹이 앞서는 국제정치의 폭풍 앞에 촛불을 들이미는 것은 국민 생명을 책임진 일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너무 나이브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연설은 지당한 만큼 공허한 것이다. 대통령이 전시(戰時)에 주요 기관과 군을 지휘하는 국가지도통신망이 핵EMP전자기파 공격에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핵폭탄이 고도 30~100㎞에서 터지면 강력한 EMP를 발생시켜 광범위한 지역의 모든 전자기기를 망가뜨린다. 전력과 통신이 끊어지고 수돗물과 지하철 등이 멈춘다. 자동차-항공기-배가 고철이 된다. 한마디로 나라를 석기시대로 되돌릴 무서운 무기다. 북은 이미 핵EMP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나라가 군 최고사령관의 지휘 시설까지 무방비로 방치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설마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정말 이게 나라냐고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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