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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故이윤형 미스테리’

‘이윤형 미스테리’ 앞에 무너지는 ‘삼성 신화’

안압지기자 | 입력 : 2005/12/26 [14:25]

“진실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삼성家 신비주의’, 글로벌기업 삼성을 몰락의 나락으로?
 
‘故이윤형 미스테리’. 어느 쪽이 되었건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부르짖는 삼성의 이미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인들을 향해 '또 하나의 가족'을 말하는 삼성이 정작 창업자 가족 문제에 있어서 '거짓'과 '위선'으로 임한다면 누가 그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 삼성이 겪고 있는 위기는 더 큰 심각성을 잉태하고 있다. 즉, 기능-디자인-품질로 대변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닌 브랜드-기업이미지-신의성실로 대변되는 '신뢰'의 문제에 봉착해있다고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사랑 잃은 백만장자 상속녀의 외로운 자살(Lonely suicide of the lovelorn millionairess)” 영국의 <더타임스> 11월 30일치 인터넷판에 올라온 제목이다. 신문은 이어 “그녀는 젊었고,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면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자살사건을 크게 다뤘다.
신문은 이어 “한국 삼성그룹 상속녀인 이윤형씨는 빠른 스포츠카와 예술에 심취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1억500만 파운드(2000억원)로 추정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과 뉴욕의 명문대를 다닌 그녀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삼성家 신비주의’, 글로벌기업 삼성을 몰락의 나락으로?

삼성의 “진실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해명은 거짓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막내딸 이윤형씨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가 아닌 자살로 뒤늦게 밝혀진 것.
뉴욕 타임스는 11월 26일 “지난 19일 새벽 뉴욕시 맨해튼에 소재한 윤형 씨의 아파트에서 그가 출입문에 고정된 전깃줄에 목을 매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남자친구 신모씨였다”고 보도했다. 뉴욕 경찰당국이 실시한 부검을 보더라도 목에 줄을 맨 흔적 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자살이 사망요인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살’을 교통사고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 삼성측은 세 가지 해명을 하고 있다. 첫째는 삼성그룹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살’을 ‘교통사고’로 둔갑시킨 것은 자신들이 아닌 언론이었으며, 뒤늦게 이를 바로잡고자 하였지만 이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속수무책이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망원인을 바로잡음으로써 또다시 논란을 재점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고인에 대한 도리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명은 모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故이윤형씨는 지난 2003년 재계 여성 부호 3위에 랭크될 만큼 막대한 삼성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순환 출자구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20만9천1천29주와 삼성네트웍스 2백92만1천9백5주, 삼성 SDS 2백57만2백60주 등 삼성계열사 지분을 보유, 대략 장내외 기준으로 봤을 때 2천억 원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씨의 뒤를 잇는 막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째서 삼성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눈 가리고 아옹'식 논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살'을 '교통사고'로 둔갑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언론으로 돌리는 것 역시 매우 비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무슨 의도로 그리했을까? 또한, ‘자살’이 알려지는 것을 저토록 온 몸으로 막을 만큼의 엄청난 이유가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윤형씨가 자살했다는 사실보다도 그 후에 삼성측이 보인 모습이 삼성을 더욱 곤경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삼성 X-파일’로 인해 점화된 삼성에 대한 '음흉한' 이미지를 더욱 확산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교통사고’를 강요하는 삼성의 오만함
 
우리가 흔히 교통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에 느끼는 궁금증은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번 이윤형씨 사건의 경우 어느 한 가지도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즉, 과연 이윤형씨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불분명했으며, 또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과연 뉴욕경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는 이윤형씨 이외에 동승자가 있는지, 그리고 사고에 휘말린 자동차가 무엇이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토록 엉성한 논리를 갖고 '교통사고'로 처리하려는 것이야말로 삼성 측의 오만하고 불성실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언론과 국민들이 이를 수긍할 만큼 우매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바로 이와 같은 삼성 측의 행보가 결국 ‘이윤형 미스테리’를 촉발시켰으며, 이미 ‘자살’로 원인이 밝혀진 만큼 이것이 삼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음흉한 이미지를 더욱 고착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을 막을 길은 이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논점은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밖에 없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의 ‘삼성家 신비주의’가 삼성을 추락시키고 있다!
 
언론계에 종사하다 보면 삼성 홍보라인의 세 가지 대응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즉, 사안의 중요도를 1~3순위로 나눠볼 경우, 특정기업의 특정제품에 관한 문제가 3순위의 중요성을 갖고, 특정기업의 이미지와 신뢰에 관한 문제가 2순위의 중요성을 갖고, 이건희 회장家 내부에 관한 문제가 1순위의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에 대응하는 조직의 규모와 집요함이 1순위 문제의 경우 그 차원이 완전히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 삼성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즉, 그토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삼성의 조직 문화와 혁신적 사고가 유독 이건희 회장 일가의 문제에만 부딪히면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고, 음흉한 방향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창업주 가족 내부의 문제에 대해 무조건 감추고 봉쇄하는 것을 반복해온 삼성그룹의 오래된 관습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와 같은 행보가 개발독재 시대에는 충분히 먹혀들었을지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하나되는 현 시점에서는 도리어 삼성에게는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둘러싼 불법증여 및 탈세 의혹이 왜 삼성그룹 내부에서 충분히 견제받고 모니터링되지 못했는지, 그리고, '삼성 X-파일'로 대변되는 음모와 유착의 행보가 왜 조직 내부에서 사전에 비판받고 제어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해답 역시 '삼성家 신비주의'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보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삼성 내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블랙홀이 바로 '삼성家'라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삼성그룹이 의식적으로라도 '삼성家 신비주의'를 벗어버리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X파일과 '이윤형 미스테리'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삼성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킴으로써 대재벌을 몰락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위험성을 갖게 된다. 그 심각성을 지금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 일가는 분명하게 깨달아야만 한다.
 
이번 사안 역시 이와 같은 내부문화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되었다. 분업과 효율화에 의해 움직이는 '글로벌 경제'에 있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사실상 경쟁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생산거점이 중국이건, 동남아이건, 인도이건, 심지어는 연구개발 거점이 러시아에 있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비싼 대가'를 지불하며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그 기업과 제품에 대해 존경과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만약에 해당기업이 '음모'와 '은폐'를 일삼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과연 그만한 '비싼 대가'를 소비자가 지불하게 될까?

그래서 지금 삼성의 '신뢰'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그 시작이 이건희-이재용 불법상속 문제였다면 '삼성 X-파일'과 '이윤형 미스테리'는 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 위기의 본질을 삼성이 깨닫지 않는 한 삼성 신화는 그 안방인 한국부터 서서히 무너지게 될 것이며, 이 같은 일은 전 세계에서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삼성은 지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장 예뻐했던 막내딸의 자살이라는 비극 앞에 선 이건희 삼성 회장.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총수, 개인 재산만 수조원에 이르는 한국 최고의 갑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 그 무엇도 부족하고 아쉬울 것이 없는 그이지만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는 혹시 “윤형이만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사건이 삼성 외부로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11월 20일 이후 한국언론의 보도 태도가 과연 얼마나 신중했는지는 되돌아볼 일이다.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연일 주요 뉴스로 취급했고, 한 경제신문은 죽음이 처음 보도된 21일에는 1면 머릿기사를 포함해 3개 면을 할애하는 파격을 보였다. 같은 기자 눈에도 너무 오버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같은 관심의 배경은 단순한 호기심일 수 있다. 무엇이든 뉴스가 되는 삼성에 관련된 것, 그것도 총수의 딸에 관한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수많은 극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한국 최대재벌 총수의 막내딸, 20대 중반의 미혼, 미국 유학, 돌연한 교통사고, 사망경위를 둘러싸고 꼬리를 무는 의문, 끝내 자살로 판명 등등. 누구 말대로 멀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것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윤형씨의 유산처리가 단순히 개인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재산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의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그의 유산처리 문제는 사회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이 가장 바라는 것은 국민의 따뜻한 박수를 받으면서 아들이 재용씨가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다.
 
삼성도 세금 없는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빚을 청산하지 않는 한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도 그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삼성으로서 겁나는 것은 자칫 해법이라고 내놓았는데,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 시비의 시작이 되는 불씨를 만드는 것이다. 윤형씨의 유산 처리는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의 기회가 될지 모른다.
 
윤형씨의 유산을 고인의 뜻을 반영하면서도 삼성의 세금 없는 대물림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이 공감하고 꼭 필요로 하는 일에 쓰도록 하고, 그 운영은 독립적인 인사들에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엄숙한 마음을 갖는다. 특히 젊은 나이에 채 꽃도 펴보지 못하고 요절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이나 처지의 차이를 뛰어넘는다. 죽음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하지 않던가. 망자에 대한 좋은 추억만 남기고, 좋지 않은 것은 잊자. 그리고 삼성이 이번 사고를 한발 더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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