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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

김동길명예교수, 강교수 천장관은 “대한민국 뜯어먹는 메뚜기”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5/10/20 [09:04]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

김동길명예교수, 강교수 천장관은 “대한민국 뜯어먹는 메뚜기”

서지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05/10/20 [09:04]

강정구 교수 파문으로 여.야가 첨예한 대립의 양상이 정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염창동 당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표는 "이번 강 교수 사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의도아래 법 집행을 하는 검찰을 무력화시켜서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서 모든 국민의 힘을 모아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청와대는 "오래 전에 역사의 심판을 받은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 21세기 대한민국의 한복판을 활보하고 있다고 맞받아 치면서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주의가 아니라 반공의 이름아래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았던 냉전독재체재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외부의 침략위협으로부터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은 물론 극우적 냉전체제를 부활시키려는 시대착오적 기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구 교수의 이적 발언으로 인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립, 보수단체와 정부의 대립 등이 정국에 찬물을 끼얹는 강 교수 파문은 한동안 여야 싸움이 확대될 움직임이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민과 더불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보수단체들은 군중집회로 몰고 갈 조짐마저 보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국민은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당장 밀어닥친 세금내기도 벅찬데 정치권은 아주 작은 일인 좌파 교수의 발언 하나로 여야가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 교수의 인권보호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와대가 할 일이 따로 있고, 법무부는 법무부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강 교수의 발언이 죄가 된다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처리하도록 맡겨두면 될 일을 법무장관이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검찰의 입장은 뭐가 될 것이며, 또한 국가 보안법 철폐를 위한 수순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보안법 철폐는 엄연히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를 미리 정부나 청와대가 나서 미리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것은 국민이 보아도 옳지 않은 일이 아닐까. 이번 강 교수 문제는 정부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는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여야가 상생의 원리에 의해 정기국회를 원만히 이끌어 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치권의 대립은 정치권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했다. 하늘같은 국민이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데 한 교수의 이념논쟁으로 민의의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다면 국민들의 저항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여기에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강정구 교수 파문으로 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구국운동'을 선언에 대해 문희상 의장, 유시민 상임중앙위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등이 총동원되어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특히 우리당은 박대표가 대권경쟁 상대인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효과'로 위기감을 느낀 박 대표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문의장은 "박 대표 회견은 유신 반공이데올로기 구국결사대 같은 것을 연상했다"라고 말했으며 "반공 이데올로기, 유신시대에 모든 사고가 머물러 있다"고 비난했다.
 
또 문 의장은 "돌연 장외투쟁과 정체성이란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재, 보선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의 전병헌 대변인도 "박 대표가 이 시장의 청계천 효과에 너무 초조한 나머지 광인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선동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 하고 대화하는 것 보다 항공기 납치범하고 하는 게 더 쉽다. 항공기 납치범은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서 아무 때나 수류탄을 터뜨리지 않지만 한나라당은 아무 때나 터뜨린다"고 박 대표를 겨냥한 공격에 가세했다.
 
한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월간 조선 11월 호에 기고한 글에서는 강정구 교수와 천정배 법무부장관을 "대한민국을 뜯어먹는 메뚜기"로 비유하여 강 교수와 천 장관을 대한민국이라는 논에 메뚜기 같은 존재로 그냥 두면 대한민국을 망치는 메뚜기로 비교하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오늘 만일 6, 25때 통일을 하지 못한 것이 미군의 전쟁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제 정신이 아니다" 라며 "한국 측의 요청으로 한국 땅에 온 미군을 향해 불법이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국군이 6, 25 개입은 적화통일을 위해서였고, 미군의 개입은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것" 이라며 "그것이 기준이라면 강정구 교수는 인민공화국의 아들은 될 수 있을망정 대한민국의 아들은 될 수 없다" 고 말했다.
 
또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자체가 많이 변질된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요령 좋게 반미(反美)의 성을 구축했는데, 후계자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 친북(親北)을 노골화하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매우 불안하다. 정체성의 혼란도 문제지만 먹고살기도 벅찬 경제불황에 정치권의 도를 넘는 정쟁에 나라의 앞날이 어디로 갈지 불안해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한 이념교수로 시작해서 법무부장관, 청와대. 여당이 총동원되어 비호하더니 한나라당 대표의 구국운동 선언으로 다시 청와대, 여당, 법무장관까지 박 대표에게 집중 성토를 하는 것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동아일보가 인터넷으로 조사한 내용에서 "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가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에 응답자의 86.5%가 '그렇다' 13%가 '아니다' '0.5%가 모르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대다수 국민들은 강 교수의 불구속이 국가정체성 혼란을 야기한다고 답변을 하고 있는데, 유독 정부여당은 화살을 야당으로 돌려 집중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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