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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연초 모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황우석 사건'과 '월드컵'이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지금의 황우석 사태는 논문조작이라는 국가적 도덕성과 과학자로서의 도리에 치명적 흠집을 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분위기 망치기 싫다며 화제 전환을 위해 풀어놓는 이야기의 주제는 어김없이 2006년 독일월드컵이다. 꿀꿀한 기분을 달래어 줄 대화의 주제가 축구인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는2002년, 그 뜨거웠던 여름밤의 장밋빛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축구국가대표팀이 6주간의 해외전지훈련 대장정을 떠난 지금도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는 2002년의 월드컵의 신화를 다시한번 창조해보자며 벌써부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렇듯 아직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02년의 유월은 '너무 미친듯이 행복해서 좋은' 그런 시절이다. 혹자는 그 일련의 과정에 '집단적 광기'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할 때 마다 국민들이 느꼈던 짜릿한 희열은 한민족의 자긍심과 유의적절하게 혼재되어 집단적 광기로 표출됐다. 6월항쟁 이후로 그 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왔던 적이 없었다고 하니 혁명은 일대 혁명이었다. 어찌보면 우리 민족성에 기인하는 이러한 집단적 광기는 비단 월드컵 당시에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2002대선을 전후한 미군 반대 촛불집회에서도, 한일간 독도 영유권 분쟁에서도, 최근의 황우석 사태에서도 집단적 광기는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지금 집중적으로 보도되는 황우석 사태는 줄기세포 조작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감사원이 서울대와 과학기술부에 각각 감사장을 설치하고 검찰에서 넘겨받은 연구비 내역을 비롯한 각종 서류에 대한 분석에 돌입, 본격적인 '황우석 감사'에 착수하고 23일에는 검찰이 논문 공동저자 등 핵심 연구자들의 소환하는 등 우리 국민과 언론의 '집단적 광기'는 '황우석 죽이기'에만 심취해 있는 듯 하다. 물론 줄기세포 조작에 관련된 모든 진실이야 밝혀져야 겠지만 우리는 '죽이기'에만 너무 심취한 나머지 황우석 사태의 또다른 그림자는 보지 못하고 있다. 연구에 투입된 수많은 난자가 어떻게 유입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난자 채취 여성의 신체적 고통과 채취로 인한 부작용,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여성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난도질 당해 본질이 호도된 듯한 인상을 준다. 어디 이것 뿐인가? 나라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우리가 집단적 광기에서 간과하는 것은 지율스님의 천성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숨을 건 '외로운 싸움'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23일 끝내 의식을 잃은 지율스님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광기는 우리 사회 어디에도 없다. 고속철도 건설은 지역개발과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파괴를 일삼으려는 세력과 자연을 지키려는 자와의 '싸움'에서 우리 언론의 집단적 광기 또한 좀처럼 약자의 편에 서려 하지 않는다. 집단적 광기는 월드컵과 촛불집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티즌들의 소통의 자유로움으로 더욱 힘차게 표출된다. 창구 단일화된 소통이 아니라 양방향과 여러 통로를 오가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하는 건전한 집단적 광기가 충만했던 2002년의 여름날처럼 자유로운 연대와 즐거운 소통을 하는 건전한 광기(狂氣)가 우리 사회에 넘쳐나기를 구정 세밑에 해본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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