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S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여 환자 사망 사건까지 발생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사후 방안 마련에도 미온적이다. 이 사건은 다만 S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그동안 한국 사회의 HIV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일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할 정부, 지자체, 병원에 의해 암묵적으로 행해진 인권 실종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S요양병원의 사태 이후 시민사회단체에서 23개 공공(시도립, 시군구립)요양병원과 5개의 민간요양병원에 문의하였는바, 28개 요양병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하였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입원거부사유가 의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점은 2011년 5월 복지부의 회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2항의 규정에 대해“후천성면역결핍증은 성관계나 수혈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그 경로가 확실하고, 다른 감염병과 같이 호흡기나 식생활 등 일상적인 공동생활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없으므로, HIV 감염인을 전염성 질환자로 포함하여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지난 2014년 7월 UN에서는 'AIDS patients with no place to receive care' 라는 제목으로 [코리안 타임즈]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열악한 대한민국 에이즈 환자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후 아태유엔에이즈 총장이 10월 20일 한국을 방문하여 인권 침해 실태 조사를 진행한 바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다. 2014년 대구에서도 40대 남성이 갑작스럽게 거동을 할 수 없게 된 A씨는 의식불명 판정을 받고, 와상상태로 인공호흡기 착용과 콧줄을 통해서 식사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어 질병관리본부 등에 호소해보았지만 방안을 찾지 못했다. 현재에는 가정 내 가족 간병을 통해 연명하고 있으며,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에게만 간병비가 지원된다는 정부의 제한적 정책으로 인하여 아무런 복지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A씨의 현실이다. HIV 감염인의 장기 요양시설의 핵심에는 고령화의 문제도 있지만, 젊은 감염인의 알콜 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 질환 문제도 있다. 가까이서 보면 알콜 중독 문제가 한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심각한데, 정작 병원에서는 알콜 중독보다 에이즈를 더욱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 문제이다. 알콜 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관련 질환은 에이즈 감염이후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오히려 병원 입원 과정 중에 그 심리적 외상이 심화되는 경우도 상담실에서는 흔히 접하는 사례들이다. HIV 감염인 장기요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약 1200여개의 요양병원과, 3000여개에 달하는 요양시설에 HIV 감염인이 차별 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등을 개정하여 감염인에 대한 입원 거부 및 차별 행위 시에는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하여 의료에 있어서의 차별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도록 제반 법제도를 정비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도 개선과 그리고 이를 일선 병원에 홍보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소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본다면 장기적인 과제로 삼고 우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의 HIV/AIDS 감염인이 장기적으로 요양할 수 있는 병상 확보 및 병원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역을 연고로 두고 있는 감염인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방 단위의 장기 요양 병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았지만 의료공공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의료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권역별 요양병원이 지정되어야 하고, 정부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입원 거부나 차별행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병원이 아닌 일반 요양 시설로서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시설 확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HIV 감염인의 사회 복귀 및 재사회화는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하나의 장치여야 하며, 현행 복지 전달체계를 잘 활용하여 쉼터 및 그룹홈과 연동되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외곽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나 장기요양원, 그룹홈이 있어서 사회복귀를 도와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에이즈에 대해 침묵하고, 감염인을 낙인찍었고, 부정적인 것의 대명사로 명명해왔다.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의 인권 실종이다. 에이즈 30년, 이제는 우리가 상처 주었던 많은 HIV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치유에 힘을 쏟아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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