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자금 대출제한 선정 전형적인 ‘탁상행정’
"교육역량강화사업지원 해놓고 학자금 대출은 제한 하고.." 엇박자 교육정책
박종호 기자
| 입력 : 2010/09/10 [10:00]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의 30개 학자금대출제한학교의 파문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선정 기준을 놓고 명단에 포함된 해당 학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정에서 기준으로 사용된 지표의 내용이 대학들 스스로 거품을 빼기 시작한 이전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교과부가 정책추진,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학교들간 엇박자 행정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역에서도 9개교가 명단에 포함되어 학교 명예에 큰 금이 가고 있다. 특히 대구공업대학의 경우,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설을 흘린 시점부터 발 빠르게 준비해 나름 뼈를 깎는 아픔을 겪으며 지난해 입학정원을 자진 감원했다. 더욱이 입학충원율은 오히려 100%를 넘기며 정상의 모습을 찾았다.
교원 역시 20명을 충원했고, 그에 따라 교원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교과부가 제시한 기준을 상회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취업률 역시 높아졌고, 수익률 역시 산학협력 등에서 효과를 나타내면서 11배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전혀 문제시 될 것이 없는 학교다. 교과부가 발표한 전체 취업률은 94%, 이중 정규직은 83.6%로 7년 연속 이 학교는 취업율 92%(교과부 발표 자료)를 달성했다. 이는 전국 전체 평균의 85.6%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본지와 본지 자매지 시사주간신문 '세븐데이즈'가 지난 8월 대학알리미 자료를 활용해 지역 대학의 취업률과 장학금,기숙사,전임교원수,등록금 등과 같은 교육환경여건을 수집. 분석한 자료에서도 대구공업대학은 지역 전문대학 가운데 가장 환경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학교 관계자는 “정부가 검증된 데이터를 적용했다고 하지만, 이는 이번 학자금 대출 제한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없는 수준의 자료”라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경우, 정부로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브랜드사업지원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튼튼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교육역량강화사업지원과 브랜드 사업지원 대상은 어디까지나 그 과제를 수행해 낼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쪽에서는 학교에 이렇듯 지원하면서 다른 부서에서는 학교를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며 교과부의 고무줄 기준 적용과 이중적 플레이를 맹비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각종 지원 사업은 예산 낭비 사업? 이번 경우에서처럼 교과부가 선정하고 있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브랜드사업지원의 경우,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해당 학교에 지원을 해주는, 학교로서는 시설 확충이나 장학금 지급 확대 등에 사용하기 좋은 사실상의 눈먼 돈이다.
경주 지역의 서라벌대학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서라벌 역시 지난 해 대구공대와 마차가지로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학에 선정돼 수 십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대구공대는 올해 대표브랜드사업 지원 대학으로도 선정돼 연이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원 사업은 무엇일까. 교과부가 시행하고 있는 지원 사업 가운데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종합대학과 일반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실행하고 있다. 대표브랜드 지원 사업은 전문대에 한해서만 실행하는 정책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란 2004년 교과부가 발표한 누리사업의 연장이라고 해석해도 과하지 않다. 이 사업은 대학의 교육역량 및 성과를 미리 평가. 측정된 지표를 포뮬러 공식에 대입시켜 추출한 자료를 가지고 교육 역량 및 성과가 우수한 대학을 선정하고, 해당 대학의 성과와 재학생 규모 등을 고려해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대학은 지원받은 재원을 스스로의 발전전략에 따라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에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대표 브랜드지원사업 역시 지원 모양새는 비슷하나, 성격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지원에 대한 근본취지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교과부는 이 같은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대표브랜드 지원 사업에 1년에 약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줄 서 있는 학교들이 즐비하다는 것인데, 교과부가 선정 기준을 삼는 항목이 이번 대학 학자금 대출 제한 기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학들이 주장하는 “같은 기준,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한쪽 부서는 대학 지원에 나서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다”는 표현이 정확히 들어맞는 셈이다.
교과부 대학선진화과의 한 관계자는 9일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기존의 발생된 자료(지표)를 근거로 공식에 대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발생된 지표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향상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선정되는 학교들은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대표브랜드 사업지원을 받은 대학들의 경우,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명단에 포함된 이들 대상학교들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각에서는 교과부가 예전 BK21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정기업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더니, 누리와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조차 일관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 천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정 기준 시기, 과연 적절할까 한국 대학들의 자구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교과부의 이번 발표에 있어 궁극적인 목적은 줄어드는 고교생들로 인해 앞으로 대학들이 적자운영이 불가피해지면서 전체 교육시장의 저하를 가져올 것에 대한 준비 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쉽게 말해서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렇듯 직접 나서서 진행하는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진 이들도 상당수 있다. 무엇보다 허가를 내 줄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인위적, 강제적으로 대학 죽이기에 나서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교육기관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많다.
그렇더라도 이들 학교들이 이처럼 불만에 가득찬 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자구노력은 자체적으로 법인화를 유도하면서 통합의 길을 걷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종합대학의 경우다.
전문대의 경우에서는 입학정원을 스스로 감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곳 모두 법인출연금이나 재단 출연금의 비율을 높이면서도 학생들에 사용되어지는 예산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우수 학생과 인재들을 영입해 나가고 있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취업률이다. 종합대학이나 전문대학 모두 자기 학교의 특성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통한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비롯,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취업과 바로 연결되는 신생학과를 잘 선택하는 모습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방의 대학들이 이렇게 구체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정부가 일방적인 방침을 내놓아도 지방으로서는 준비하기가 수도권 등지와 비교해 훨씬 절차가 많고,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번 학자금 대출 제한의 기준년도는 잘못 선택되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계 관게자는 이에 대해 “교과부의 추진 의지는 교육계 내부에서도 일정 부분 동의가 이뤄진 내용”이라면서도 “지방 같은 경우, 이제 막 움직이고 있고 개선해 나가는 중인만큼, 2008년 지표가 아닌 2010년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다시금 신중한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제한 -학생들의 인권 짓밟는 정책 이런 가운데 학교 문제를 학생들과 연관 지어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모 인권 관련 단체 김 모씨는 이번 교과부의 발표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아니지만, 이 같은 발표로 인해 해당 학교를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자동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해당 학교를 안가면 된다고 주장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분명히 학생들이 학습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이며 헌법상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건전성 등 학교의 문제는 학교와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부분이지, 학생들을 볼모로 삼아 악의적인 구조조정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분명한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더욱이 ‘든든 학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내용 안에는 서민 및 극빈층 학생들의 경우에는 대출을 받기가 남들보다 더 어렵게 되어 있어 현 정부가 말하는 서민정책, 서민정부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교과부는 이번 발표의 끝자락에 10월 경, 지표를 다시 분석해 다시 한 번 더 발표할 것이라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며 말을 흐렸다. 이같은 교과부의 행동은 어느 공문에 교과부가 직접 기술한 “이번 발표의 기준은 검증된 지표에 의한 결과”였다는 것과는 달리 실상은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