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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을 들어본지 1년이 지난 아이, 급우들과 10초 이상 얘기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른 아이, 선생님에게 욕설을 퍼붓고 급기야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쉬지 않고 울기만 하는 아이, 결석을 밥 먹듯 하는 아이,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드는 아이, 세상과 부모에 분노하는 아이...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구시교육청의 대안학교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는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공교육의 틀에서 비껴선 아이들이 모여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고, 참는 방법을 익힌다. 작지만 공동체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고 누군가와 손잡는 기쁨을 느낀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를 찾은 아이들은 돌봄이 실종된 가정에서 방치되고 학교는 적응할 수 없는 고통의 장소였다. 마음의 상처는 갈수록 커져 이것이 분노로 표출되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정체성을 놓아버린 요인이 됐다. 사춘기-제2의 반항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 입교한 아이들의 그것은 지독하고 치열하다. 일반 학생들이 성장과정에 한때나마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춘기나 제2의 반항기로 치부하기에는 아이들의 그늘이 깊고도 짙다. 오죽하면 ‘젖은 다이너마이트’라고 할까. 그러나 학교와 사회는 그들을 ‘문제아’로 간단하게 분류했다. 학생의 방황과 반항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가슴으로 끌어안지 않으면서 집단에서 떼어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의 자긍심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고 공동체에서 멀어졌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는 이런 아이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찾아오는 곳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잠자리의 변태처럼 엄청난 변화를 보인다. 좀처럼 인내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어른들도 오르기 힘들다는 팔공산 동봉을 등정한다. 누구에게도 따뜻한 눈길과 말을 주고받지 않았던 아이들이 토끼에게 말을 건네고 염소에게 ‘건강하라’며 풀을 먹인다. 눈만 마주쳐도 주먹부터 날리던 아이가 친구들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뒤엉켜 우정을 나눈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는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대안교육부가 운영하는 ‘대구 Wee 스쿨’로 정식 학교시설이 아닌 위탁교육기관이다.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3단계의 다중 통합지원 서비스망으로 2008년부터 학교에는 Wee클래스, 지역교육청에는 Wee센터, 시·도 교육청에는 Wee스쿨이 존재한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는 대구시 관내 학교 부적응 또는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통합교과와 대안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특별활동을 15주간 무학년, 무학급, 멘토/멘티제로 운영한다. 정원은 50명이지만 현재 38명이 입교했고 수시입교가 가능하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의 중점과정은 로드스쿨과 스윙 오케스트라이다. 로드스쿨은 소집단으로 사람·문화·역사 등이 있는 학교 밖 공간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교사 한명이 학생 4명 이내를 구성해 학생들로 하여금 그동안 단절됐던 소통을 경험하게 한다.
스윙 오케스트라는 1인 1악기 활동으로 잠재되어 있는 기와 소질을 발굴하는 한편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교육과정으로 로드스쿨과 함께 아이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호응도가 높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서는 ‘강제’와 ‘규율’은 의미가 없다. 아이들이 그것에 적응하지 못해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힌 트라우마가 있기에 이곳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끈질긴 기다림으로 ‘자율’을 키우고 있다. 매주 화용일 오후에 개최하는 공동체 회의는 교사와 직원, 학생들 전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의견과 건의사항 등이 교환되고 수요일 교과체험활동은 오롯이 학생 스스로가 기획 추진하고 교사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침으로써 아이들의 자긍심과 성취감을 키운다. 수업이나 특기활동에 제 시간에 맞춰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규칙’을 강제하지 않는다. 염소에게 풀을 먹이고 얘기를 하는 학생 뒤편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미안함을 느끼고 스스로 수업시간을 지키는 변화를 일으킨다. 학생들의 변화에 교사들은 감동한다.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의 변화는 교사들에게 ‘스승’이 무엇인지 도리어 배움을 준다. 수료식에서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며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 앞에서 교사들은 가슴으로 운다. 변화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2학기 수료생은 26명이다. 이들이 본래의 학교로 돌아가 월반하거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비율이 100%다. 일반 학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치다.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 입교하기 전 기존 학교에서 10일 이상 결석한 학생이 68%가 넘고 1개월 이상 결석자도 35%에 달했지만 올 2학기 현재까지는 출석율이 90.5%에 달했다. 입교 당시 학생들의 범죄율이 38명 중 20명으로 52.6%나 되었지만 수료 이후 학교로 돌아간 학생들의 재범율은 불과 5.3%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교사로서의 사명감에서 기인한다. 이곳에 있는 교과·상담교사 전원은 아이들이 변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스스로 지원했다. 하지만 기존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친 아이들을 맡으면서도 근무여건은 오히려 나빠졌다. 대구 도심에서 거리가 먼 탓에 2~3배의 교통비를 써야 하고 담임수당이나 부장수당도 이곳에는 없다. 성과급이나 근무평가에서도 기존 학교에서 실시하는 까닭으로 늘 최하위다. 방학 중 자가 연수도 없고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도 않는 등 일반 학교에 비해 터무니없는 차별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 입을 닫았던 아이들이 말문을 열 때, 욕을 입에 달던 아이들이 조곤조곤 웃으며 얘기를 나눌 때. 늘 외면할 것 같던 아이들이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 포기하다시피 했던 아이가 달라졌다며 연신 머리를 숙이는 학부모를 볼 때마다 그깟 수당이나 성과급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도 교사들은 아직 할 말이 많다. 왜 문제아 들에게 좋은 환경과 많은 예산을 쓰느냐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이 아이들을 이곳에서마저 내친다면 장래 사회가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은 가늠하기 힘든데도 눈앞의 효율성과 경제성만 따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남원 교사는 말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는 병을 이기기 위한 여러 시설들과 환경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상처(병)가 있는 아이들을 의젓한 사회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적합한 환경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음이 자라는 학교’에서 수료를 마친 한 카툰작가 지망 학생이 네이버에 올린 카툰이 심금을 울린다. “나는 대안학교에 다녔다 - 잠이 많아 학교도 자주 빼먹고 - 학교에서 산도 가고 - 바다도 가고 -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났던 곳을 - 오늘 졸업했다 - 할 줄 아는 건 담배피고 말썽피우고 땍땍 대는 것뿐이었던 나를, 애들을 받아주던 곳이었다 - 대안(마음이 자라는 학교)을 다니는 동안 정말 마음이 자랐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젤 중요한건 담배와 비뚤어진 마음으로 아무에게도 열어주지 않았던 마음을 - 대안하교에서 열어주었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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