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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신공항의 밀양유치를 기원하는 시.도민들의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1천만명 서명운동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강요에 못 이겨 참여하는 일선 공무원과 산하기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본지 확인결과 드러났다. 대구와 경북도가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밀양유치 서명운동 현황을 살펴보면 대구가 거의 2백여만명을 육박하고, 경북 역시 290여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열기는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명운동 현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진정어린 열기인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많다. 우선, 대구.경북시도청 산하 기관 공무원들의 서명은 100%에 가까울 만큼 가장 먼저 의무적으로 실시했다는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공무원이고, 게다가 지방 기관에서 일하다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공무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북의 모 면사무소에서 공익으로 일하는 A씨는 담당 공무원이 서명자들을 받아 오라는 통에 하루의 대부분을 쓴다고 하소연했다. 사회 경험이 적은 자신으로서는 “어디 가서 10여명 서명 받아오기도 힘든 것이 사실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서명을 받아오라는 강요에 지난주에는 담당자와 경미한 언쟁까지 벌였다“며 “일상생활에서의 언쟁이야 하루 지나면 또 풀 수 있는 문제겠지만, 사실상 군복무를 하고 있는 자신으로서는 여러 가지 행동에 제약이 따르고, 솔직히 그런 언쟁이 병무청이나 상위 기관에 접수될 까봐 고민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본지는 해당 지역 담당 공무원에게 “본인이 책임져야할 할당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지만 “할당된 것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 뿐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많은 근무요원들은 이같은 업무를 대신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산하 모 동사무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록 일찌감치 서명운동을 마치긴 했지만, L씨는 자신이 직접 받아 온 것 만해도 60여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자진해서라기보다는 내게 떨어진 할당량인줄 알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모두 동원해 반 강제적으로 실시했다”고 고백했다. 행정기관만 그럴까. 늦었긴 했지만 10월에 동창회 체육대회를 열었던 경북권의 모 고교 동창회에 학교 관계자들이 동창회장을 찾아왔다. 이들이 제시한 것은 동남(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를 바란다는 서명내용이 적힌 서류. 이날 동창회장 M 모씨는 2백여장의 서명을 받아 넘겨줬다. M씨는 서명을 받아 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밀양으로 유치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슨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알아서 서명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5백만명이 서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알아서, 진심을 담아 서명에 동참한 이들은 어찌 보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도민은 아직도 내용을 잘 모르는데, 기관의 수장들만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밀양유치에 대한 시도민의 바램은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져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우선 본지는 비행기와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생활하고 있는 동구 지역의 주민과 단체 관계자, 그리고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대략 60여명. 이 가운데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아니 밀양 인근으로 대형 공항을 짓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불행하게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그 촌에 공항이 어떻게 세워지냐”고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밀양과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했다. ‘밀양으로 공항을 옮기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어떤 주민들은 “그럼 대구공항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구공항을 없애고 그 쪽으로 공항을 옮기면 불편할 것이라는 말로 덧붙였다. 공항을 옮기면서 K2 역시 따라가는 것에 대한 의견도 분리됐다. 시장 상인들은 반대했지만 단체 관계자나 K2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그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를, 지역에 어떤 좋은 점들이 생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규모나, 이득에 대해 정확이 표현하지 못했다. K2에 대한 자료를 그동안 꾸준히 모아오고 있다는 방촌동에 사는 권 대현(가명. 남) 씨는 “기관이 주도가 되어 일을 급히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신공항 문제는 조금 더 지역민들과 교감을 두텁게 하면서 지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하는 것이 더 기관들로서도 편할 것“이라 조언하면서 ”지금과 같이 주민들을 끌고만 가려한다는 인상이 강하면 실패했을 경우, 그 반발이 만만찮음은 물론, 신뢰를 잃어버린 후유증에 시.도민들의 허탈감도 상당히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공항의 밀양유치를 바라는 지역 기관장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지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얻으라는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주민들을 끌고 가려하기 보다는 주민들이 밀어주는 대로 가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M씨의 지적은 반강제적으로 숫자를 채우려는 지금의 서명운동 방법에 큰 숙제를 던지고 있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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