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 ©정창오 기자 | |
대선이 7개월가량 남았다. 결코 짧지 않는 기간이지만 대한민국을 이끌 선장을 뽑는 중대사임을 감안하면 그리 길지도 않는 시간이다. 야권에서는 MB정부의 잇단 실정과 측근비리에 대해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통합민주당의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을 이슈화하고 있다.
여야의 현재 공방은 불거져 나온 이슈에 대한 정치적 공세이지만 장기적인 대선 전략의 틀 속에서 나름대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결과가 정쟁의 격화로 나타나고 있고 일견 어쩔 수없는 측면이 있다.
민주통합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르던 문재인 당선자는 부산`경남권에서의 초라한 총선 성적으로 인해 정치적 동력이 약화된 상태이고 대선흥행을 위해 영입이 절실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통합민주당의 짝사랑을 짐짓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의 예상치 못한 승리로 정치적 위상 제고는 물론 당내 입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굳건해진 상태다. 오죽하면 현재의 새누리당을 두고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만의 정당’이란 말이 나올까.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이재오 의원 등의 출마선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현재로선 이들이 박 위원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지율 1, 2% 되는 분들이 나와서 경선이 희화화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 큰 격차의 지지율에 근거한 박 위원장 주변 인물들의 자신감이 표출된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 주변 인물들의 지나친 자신감은 역풍을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대선 후보의 자신감은 자칫 오만과 독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전례도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지존’ 이회창 전 총재는 현재의 박 위원장보다 더 굳건한 대세론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2번의 대선 모두 ‘독주 끝 패배’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곳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당시 이 전 총재는 경고음을 듣지 못했고 누군가 이런 상황을 전달해도 이 전 총재는 무시했다.
당시 이 전 총재의 닉네임이 ‘제왕적 총재’였다. 누구도 제왕에게 쓴 소리 하는 것을 꺼려했고 제왕 역시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결과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출현이었다.
지금의 박 위원장은 어떤가. 4·11총선 승리 이후 박 위원장의 당내 위상은 공고해졌다. 당내 다수인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해바라기’로 박 위원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 찬가를 부르면서 연말 대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들의 뇌리에는 이회창 전 총재의 뼈아픈 실패가 없어 보인다.
박 위원장의 정치적 프레임도 걱정이다. 원내 1당이자 여당이면서도 박 위원장의 권력투쟁 경고로 인해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코앞까지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가 없었다는 것은 새누리당의 비민주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박 위원장이 왜곡된 의사전달 과정과 비민주적 리더십을 가졌다는 정적의 비판을 무조건적 정치공세로 폄하해 내치거나 자신의 주변에 둘러싼 해바라기들에게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연말 대선은 보수진영의 또 다른 참사로 기록될 것이란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