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의 정치력 놀랍고 돋보인다
예상과 달리 시민 사과요구 하루만에 대시민 사과 나서
이성현 기자
| 입력 : 2015/04/23 [15:41]
국내 최초의 도심 모노레일 지상철인 대구철도 3호선이 23일 개통했다. 10여미터가 넘는 지상위를 달리는 예쁜 꼬마열차 모양을 하고 있는 3호선은 이날 당연한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실제 3호선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사람은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었다.
권 시장은 이날 개통식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 가장 먼저 대구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시민 사과였다. 지난 세계 물 포럼 개막식에서 자격루가 무너지면서 대구시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데 따른 사과 요구를 즉각 받아들인 것.
| ▲ 권영진 시장의 빼지 않는 진정성이 돋보였던 23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식 장면 © 사진 제공 대구시 |
|
권 시장은 “세계 물포럼은 여러 이익을 창출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구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 개통을 축하만 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일련의 일들이 있었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조직위와 업체에만 떠넘기기 이전에 주최 도시 시장인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부에 대한 섭섭함과 지역 행사에 대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지방에서 개최되는 국가행사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의 자부심을 이끌어낸 뒤 “행사 운영은 지방에 맡겨 놓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개통식에는 국무총리를 대신해 국토부 2차관이 참석한 상태였다. 물포럼 행사(이벤트) 주최를 국토부가 주관한 것을 감안하면 권시장의 발언은 매우 의미가 있는 내용이었고, 더욱이 넘어진 자격루 이벤트가 국토부 소관이었던 점을 볼때는 매우 뼈가 있는 발언이었다. 개통식에 참석한 시민들 가운데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매우 속이 시원했다”고 권 시장의 말에 동감의 표시를 했다.
권 시장의 이날 사과 및 돌발 발언은 ‘역시 정치인 출신’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언론과 정가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고, 내용에 있어서도 시민들의 자긍심을 부추기면서도 중앙정부 관계자에게는 지방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했다”며 “행정가 출신만으로는 이런 타이밍과 시간을 조절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극찬했다.
하루 전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권영진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던 대구시의회 이동희 의장은 “권 시장의 이같은 용기와 겸손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이렇게 빨리 시민들께 사과를 하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녹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덩달아 흥이 난건 이 의장 뿐 아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같은 물포럼 주최 도시의 광역단체장으로서 감출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권시장의 이날 시원스런 발언으로 체증이 풀리기라도 한듯 단상에 올라, 권 시장의 인간 됨됨이와 시민에 대한 진정성을 칭찬했다.
한편, 이날 권 시장의 이같은 빠른 대처(?)로 대구시의회는 당초 예정했던 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물포럼 실태 파악을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불과 하루만에 두 기관의 수장이 서로를 안아주면서 물포럼에서 아쉬웠던 부분 역시 눈녹듯 사그러지는 분위기다.